"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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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20:37
여는글
길
박동수(산격교회 후계자)
우리는 천리교 신앙의 세계와 일반 사회를 공유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신앙에 너무 치우치다 보면 친인척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일반 사회에 치중하다 보면 신앙심이 부족하여 어버이신님으로부터 수호를 받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른은 그렇다 치고 아이들은 어떤가. 대부분 바쁜 학교생활, 혹은 친구들과의 생활에 젖어 아무 생각없이 그저 이 길에서 멀어져 가기 십상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신앙하는 부모로서 뭔가 해 주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나는 2대째 신앙을 하고 있고, 앞으로 딸이 신앙을 하면 3대째가 된다. 나는 이 길에서 신님의 일을 보고 있기 때문에, 딸아이에게 일반 부모들처럼 해 주지를 못한다. 무엇을 해줘야 할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형편이 넉넉해서 한 두 해 입고 말 옷이나 신발 등을 유명 브랜드로 갖추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론 마음 같아서야 금박으로 만든 기저귀라도 채워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지만 말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해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집사람도 동감이란다. 고민 끝에 형체로서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뭘 해 줘야 할까?
그렇다. 어버이신님, 교조님과 딸 사이에 ‘길’을 내 줘야겠다는 생각이 났다. 이 길의 생명은 근행과 수훈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왔다.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그런 생각에 부득이 한 경우를 제외하곤 매일 아침저녁근행에 참배를 한다. 집사람이 거의 종일을 딸아이와 보내면서 좌근도 가르치고, 참배하는 법도 가르쳤나보다. 전도청 당직 선생님들께서는 인사를 잘한다고 칭찬도 해 주신다. 아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덩달아 기분은 좋다.
이제 14개월이 지난 딸아이지만, 어버이신님의 수호 덕택에 잔병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와 조금이라도 이상을 느끼면 집사람이 수훈을 전해 달라고 한다.
평소 습관이 무섭다. 수훈을 전하기 전에 어버이신님, 교조님께 기원을 드리려고 방에서 신전을 향하면 딸아이도 같이 기원을 드린다. 돌아서서 이제 터전을 생각하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수훈을 전하려고 ‘악한것...’하고 살짝 눈을 떠보면 나와 붕어빵인 딸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글생글 웃으며 아빠가 뭘 하나 싶어, 양손으로 아빠의 무릎을 짚고 얼굴을 바싹 갖다 댄다. 수훈을 전하는 동안 그 상태로 있어주니 참으로 수월하다. 나도, 집사람도 웃음이 난다. 정말 감사하다.
이 길이란 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잡초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어버이신님, 교조님과 딸아이의 마음이 잘 소통될 수 있도록 부모로서 최선 다해서 길을 가꾸어 줄 작정이다. 아마 나와 집사람을 낳아주신 양가 부모님들도 그러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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