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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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11:15
재수 없는 날
김연수(도성포교소)
글 제목이 마치 유명한 단편소설인 현진건 님의 ‘운수 좋은 날’의 패러디 같다.
며칠 전 어머니 댁 월차제에 참배하러 가던 날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아침에 일하려고 보니, 스텐으로 된 보관대 밑동의 용접이 떨어져서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스텐을 전문으로 용접하는 가게에 가서 때워야 했다.
휴일이 끼어 있어서 어머니 댁에 가기 전에 보관대 수리를 해놓고 가야 했다. 일단 수리하기 위해 보관대를 차에 실어 가게로 옮겨야 했다.
차를 운전하려고 보니 조수석 타이어가 바람이 빠져있었다. 2~3일 전에 주차해놓고 차를 운행하지 않았던 걸 보면 마지막 운행하던 날 나도 모르게 어디서 못 같은 걸 밟았던 모양이다. 그사이에 서서히 공기가 빠져나간 걸 며칠이 지나 확인하게 된 것이다. 보험사에 연락해서 긴급견인서비스로 근처 타이어 가게로 차를 옮겨 펑크를 수리했다.
그날의 ‘재수 없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펑크를 수리하고 보관대를 차에 싣고 용접가게에 가서 차를 주차하려다 그만 다른 차의 앞범퍼를 살짝 긁었다. 마침 옆에 차 주인이 있던 터라 바로 차에서 내려 미안하다고 하고 어떻게 조치해드릴까 하고 물었다. 처음에는 차 주인도 놀랐는지 어이없어 하다가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는 태도에 마음이 좀 누그러졌는지 “차도 오래된 차고 하니 돈 3만 원만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한다. 차량 접촉사고가 그렇듯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강짜를 부려서 새 부품으로 교체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어야 할 수밖에 없다. 차 주인이 억지로 새 범퍼로 교체한다고 하면 적어도 10수 만 원이 들 수도 있었을 상황을 3만 원으로 때우게 된 것이다.
보관대를 수리한 일은 십수 년 가게를 운영하면서 거의 한 적이 없었다. 타이어가 펑크 난 것도 10년 전쯤에 일어났던 일이다. 가볍긴 하지만 남의 차와 접촉사고가 났던 것은 20년 전쯤 처음 운전을 할 때 한 번 있어 본 후 이번이 처음이다.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일어났던 적이 없는 ‘재수 없는 일’들이 그것도 세 건이나 단 하루에 일어났다.
순간 드는 생각이 이렇게 기분 나쁜 일들이 일어났는데 경기도 어머니 댁까지 가도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머니 댁 월차제에 참배하고 아무 일도 없이 집으로 잘 돌아왔다.
근행을 보고 천리교를 신앙하면서 나의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마음에 뭔가 찜찜한 게 남아서 편치 않았을 텐데. 먼 길을 여행하기 전에 기분 나쁠 만하게 일어나는 일들조차 기분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보관대를 수리하게 됐을 때는 수월하게 수리하고 비용도 생각보다 적게 나온 게 감사했다.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는 타이어 옆이 손상됐다면 타이어를 교체했어야 할 것을 바닥 면에 구멍이 난 덕에 간단하게 수리만 하고 마칠 수 있었던 게 감사했다. 남의 차를 긁었을 때도 생떼를 쓰는 주인이 아니어서 서로 크게 기분 나쁘지 않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했다.
예전에 내가 써왔던 마음을 돌이켜보면 이런 일 중에 하나만 일어나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을 텐데, 지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런 상황들 속에서 되려 감사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재수 없는 날’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날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다.
이런 게, 열심히 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어버이신님의 존재를 마음에 새기고 근행을 꾸준히 봐온 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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