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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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03 12:14
여는글
인 사
박동수(산격교회 후계자, 도우사 근무)
우리 형제는 어릴 때 동네에서 인사 잘하는 아이들로 소문이 났었다. 하루에 같은 사람을 몇 번이나 만나도 습관처럼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기 때문이리라. 실은 엄한 부모의 가정교육, 매가 무서워서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했던가, 자라서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도 칭찬(?)을 받곤 했다. ‘당신은 일본사람인 양 인사를 한다.’고. 일본에서는 인사만 잘하면 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반드시 인사를 해야 하는 경우란 언제일까? 바로 ‘경조사(敬弔事)’ 후일 것이다.
지난 3월 말, 아버지가 출직을 하셨다. 살아생전에는 병문안을 몇 번이나 와 주시는 분도 계셨고, 수훈을 전하러 일부러 시간을 내어 멀리서 찾아 주시는 분도 계셨다. 출직을 했을 때도, 평소 식면도 없지만 어머니와 형제들의 얼굴을 보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음이 틀림없다. 사정상 직접 못 오시고 지인을 통해 조의금을 보내 주신 분도 계셨다. 심지어 일을 마친 후, 잠든 아이들까지 데리고 차를 3시간이나 달려 새벽에 조문을 하고, 다시 3시간을 달려 일터로 돌아간 후배도 있었다. 어느 한 분 감사하지 않은 분들이 없었다. ‘아버지는 복도 많으시지...’ 어떤 식으로든 두고두고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에 존경하고 의지하던 분께서 그때 일로 서운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앗차!’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머리를 스쳐 지나는 것이 있었다. 경조사 때, 혹은 그 후에 보내는 ‘경조사 답례문’이었다.
나는 평소 그것이 허례허식 중의 하나라는 생각에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진짜 감사하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인사를 드려야지 달랑 종이 하나로 대신한다는 것이 왠지 체질(?)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로 그 답례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것이다. 가령 본인을 만나서 직접 인사를 했다고는 하나, 혹시나 다른 급한 일로 인해 귀담아 듣지 못했을 수 있다. 또는 애당초 인사를 하지도 않았으면서 이미 인사를 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일을 치룬 당사자들이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실례를 범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리라.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결례를 해서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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