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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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3 18:18
어느 오후
백내장 수술 뒤-
최진만
황사와 안개 낀 창밖은 늘 흐리었다
수술 대기실은 훈 날,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 기다리는 순 번 같았다
노크소리가 나고 나를 안내하는 간호사가 수술대에 나를 눕히자 나는 지상에서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눈을 감았다.
수정체의 우주는 작은 생명체로 떠 다녔다 천체속의 모든 사물이 별처럼 나를 뚜렷이 바라보았다.
소년시절 풀밭에 누워 눈을 깊이 감을수록 붉은 하늘엔 작은 알갱이들이 영혼의 씨앗처럼 떠다녔다 그것이 나에겐 별이고 우주였다 그리고 죽어 되 도라 갈 안식처 같은 곳이라 믿었다.
붉은 알갱이들이 묵언의 말을 걸었다. 그들의 언어와 몸짓을 멍하니 바라볼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어떤 정물靜物이 새롭게 보인다는 것은 장님처럼 잘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을 때 형상은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간간히 수정체의 안개를 걷어내는 기계음 소리가 물이랑처럼 찰랑거렸다.
내 창의 황사가 걷어진지 몇 칠 뒤 유월의 싱그러운 청포도 잎 사이로 들어다 보이던 예전의 파란 하늘이 우물물처럼 유난히 깊고 맑았다.
산을 떠밀고 출렁이던 숲들이 푸른 잎의 자리를 막 잡았다. 석양이 질 무렵 나는 초가집같이 허물어진 노을을 반듯하게 읽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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