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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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09:35
어머니께
강완성(신화교회장)
어머니, 막내입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뒤로하고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이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 벌써 2월이 옵니다. 매년 이맘때면 올해는 다를까 싶어 다짐하곤 했던 여러 크고 작은 결심들을, 부끄럽지만 벌써 몇 개씩이나 포기하고, 스스로 어겨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모자란 저의 결심은 기어이 만 삼 일을 넘기기 힘들 때가 많고, 세월의 품으로 키웠다 싶었던 저의 의지는 보내온 시간의 무게와는 하등 상관없이 단지 저의 그릇만큼만 있는 모양입니다. 간혹 선을 넘기는 일들은 제 그릇이 모자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오롯이 감당키 힘들어,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저앉아 울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불러 뵙는데, 이렇듯 넋두리만 두서없이 먼저 꺼내어 죄송합니다.
말씀을 드리기 송구하지만, 이제는 딱히 담소할 곳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위로 있는 형님과 누님들도 많이 연로하셨고, 세월이 빨라 어느새 어머니의 어렸던 막내아들도 작년에 칠순을 보냈고, 어엿한 손자 둘의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른이랍시고 어디 가서 속내를 나누기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다만 이리 어머니께만은 예전처럼 한결 마음을 편히 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을 뿐입니다.
아! 그렇다고 어머니께 걱정을 끼칠 만큼 큰일이 많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달리 아픈 곳도 없고, 아이들도 모두 건강하고, 집사람도 저도 잘 있습니다.
별일 없음이 참 다행입니다.
무탈한 일상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 보자면, 요즘은 이른 아침 기도를 마치고 간혹 나서는 목욕이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새벽바람이 차고 시려 나서기가 좀처럼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부지런히 움직여 걸음을 나서서 무사히 동네 사우나의 온탕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이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듯 편안히 몸을 녹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해묵은 세간의 보이는 티끌이야 뜨거운 물, 차가운 물을 번갈아 가며 몸을 맡기면 자연히 씻기겠지만, 이와 달리 어디 보이지 않는 연(緣)의 티끌들은 어찌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그래, 그 목욕(沐浴)은 우리들의 전도구나, 근행이구나, 히노끼싱이구나! 하며 다시 한번 지금의 길을 감사해봅니다.
어머니, 안부나 여쭙자 시작한 이야기였건만 길어진 듯하여 송구합니다.
그리고 모쪼록 예년처럼,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 딴에는 억척스럽다 싶게 평생을 무던히도 한 길만 보고 걸어왔고, 덕분에 올해도 오직 한 길만 보고자 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지만, 그래도 다시금 부탁드립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제가 향한 이 길, 잘 갈 수 있도록 잡아 주십시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 앞에서는 말주변이 없어 저의 온 마음을 온전히 모두 다 전하지는 못하지만, 감사하고 감사하단 말로 맺을까 합니다.
어머니, 편안하시고 평온하시길 빕니다.
정유년 구정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막내아들 영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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