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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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14 19:21
여는글
추억의 자리
김 영 진(진양교회장)
옛날 신전 앞 테라스에는 지금도 노인 신자 분들이 모인다.
지금의 신전으로 옮기기 전, 그러니까 7-8년 전만 해도 5-6명의 신자분들이 모여서 그간의 안부도 묻고 세상 살아가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비록 근행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부인회나 월차제 때를 이용한 이런 만남이 보기 좋았던 것은 나름의 작은 문화로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같은 신앙을 하여 오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를 서로 위로하는 장소가 되었을 것이다. 따뜻한 햇볕을 쪼이면서 담배 연기를 통해 지난 세월을 추억도 하였을 것이다. 혹은 지나는 젊은 사람들의 안부 인사를 받으며 자기의 존재를 알리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에 하나 둘씩 당신들 곁을 떠나가는 친구나 교우들을 보면서 ‘다음은 내 차례지’ 하지 않을까.
지난 2월 20일, 고성교회 월차제 도중에 불가피한 일이 있어 밖으로 나왔는데 두 분의 어르신이 테라스에 앉아서 담배연기를 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서 사진을 뒤에서 몰래 찍었다. 낡은 모자 사이로 보이는 백발의 머리칼과 즐겨 입고 다니시는 잠바를 입으시고 따뜻한 햇볕과 담배 한 개비… 진한 여운이 몰려온다.
사진 찍는 나를 돌아보시며 한 분이 10년 전에 출직하신 천리교 신앙도 하지 않으신 아버지를 말씀하시며 ‘아버지와 갑장인데, 그런 호인이 없었지’하며 아버지를 추억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시던 다른 한 분은 아버지께서 자기가 타던 차를 자주 타고 다니셨다는 말씀도 하신다. 우리는 오래 전에 출직하신 고성교회 신찬할머니와 인연이 있어 할머니가 살고 계시던 사위집에서 셋방살이를 하기도 했다. 구만지서(지구대)에 근무하셨던 아버지를 구만회장님께서도 잘 아시는데 ‘아버지는 경찰하실 분이 아니고 선생할 양반이지’라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께서는 천리교 신앙을 하지 않으셨지만 천리교와 많은 인연을 갖고 계신 듯하다.
테라스에 앉아 계시던 두 분의 모습에서 나 또한 10년 전에 출직하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것을 보면 그 테라스는 추억의 자리라고 이름 지어야 할 만한 장소이다. 게다가 내가 신앙할 25년 전에 그 자리에 계셨던 친구 아버지의 빈자리가 그리워진다. 그 빈자리에는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또 다른 많은 분들이 지나갔을 것이고 앞으로 내가 지켜야 할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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