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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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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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웁니다.
허상탁(천마포교소장)
오늘, 74회 생신을 병원에서 맞으신 나의 고향이신 어머니께 이 글을 바쳐봅니다
오늘, 생신을 축하하려 병원으로 가기 위해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당신의 손자와 함께 버스를 탔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끝에 눈시울을 적셨답니다.
“오늘 할머니 생신을 위해 너거 엄만 자갈치 시장에서 사시미를 사 오기로 했단다.
수술 후엔 사시미가 좋다는 구나.”
한참 후에 물었습니다. “니는 사시미와 육고기 가운데 어느 것이 좋으냐”고
당신의 손자는 사시미를 가장 좋아했는데 “이젠 사시미를 먹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며칠 전 지가 병간호할 때의 이야기였답니다.
할머니가 식사를 반밖에 드시지 않은 어느 날 옆 침상의 아들이 사시미를 사 오셨다나요. 할머닌 그걸 보시더니 그게 뭔 줄 뻔히 알면서도 그게 뭐냐고 물었답니다. 그거 조깨만 주라고 하시더니 밥에 비벼서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밖에 나가 울었다고 합니다. 그 울음의 의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듣는 나도 자꾸 눈물이 났답니다.
녀석이 병간호 다녀온 후에 “할머니께 좀 잘해 드리면 안 됩니까”하고 반항쪼로 한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어머님!
저의 불효를 용서할 수는 없겠지요. 저는 돌아가신 영전에서도 울 자격조차 없는 불효자가 아닙니까. 그렇게 그렇게나 반대하시던 포교의 길에 홀어머님 두고 떠나올 제 얼마나 야속했나요. 불구자 동생이랑 함께 두고 떠나온 포교 길, 다 떨어진 움막집 단칸방이 초라했든지 다시는 안 올 거라며 발길을 끊지 않았습니까.
이 좋은 세상에 남들은 좋은 집에서, 입을 것 먹을 것 남부럽지 않다는데 ‘무슨 넘의 팔자가 이리도 박복하냐’며 ‘남편복 없는 년이 자식복이 웬 말이냐’고 원망하며 살은 세월, 어찌 불효자가 그 속을 다 알까요
아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홀로된 스무일곱 살, 삼형제 키우면 남부럽지 않을거라 손가락질 받아가며, 호로자식 키웠건만, 자갈치시장 갯바람, 한여름도 써늘한데 동지섣달 그 추운 날도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다면서 칠순노구 ‘아야~ 디야~’ 다리통을 호소해도 노병인줄 알았지요. 수술 받으면 좋아지는 건, 생각지도 않은 불효자식. 설사 좋아진다 한들 그런 효를 생각조차 못한 자식을 그래도 자식이랍시고 ‘아! 아!’
어머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외동자식도 장남도 아니면서 이팔청춘 홀로 되어 노부모 모시면서 다한 고생, 하늘땅이나 알까, 내 심정 누가 알까며 넋두리해 오신 지난 날을 어찌 필설로 다하리오.미숫가루죽 콩나물국죽 허기진 배를 안고 별 보고, 시오리 길을 괴기장사 다라이 이고 집집마다 개 짖기며 골목골목 누비시고, 청춘을 다 바쳐 다한다고 했건만, 온갖 유혹 물리치며 호로새끼 키웠건만.
그래도 저 새끼들 키운 보람 있을 거라 실날 같은 희망으로 포부로 키웠지요. 삼형제가 산에 가면 산신령도 감읍한다면서 누구집 그 놈보다야 못 할리야 있을라고 큰 소리 치시더니 한 넘 먼저 죽고, 한 넘 장애자에, 한 넘은 미쳤는데. 이제 이 팔자로 이 생을 마칠까 무슨 넘의 팔자가 이리도 사나울까.
기껏, 자갈치 시장 노점바닥에서 5000원도 못 버는 팔자, 자식들 뭘 하느냐고 물어도 남살스러워 말 못하신 우리 엄마.
오늘 병석에서 뵈오니, 연세에 비해 너무나도 늙으신 우리 엄마. 99살까지만 사시라며 손에 깍지 끼고 약속까지 받아내며 늙으신 주름살에 입맞춤을 해 본들 해맑은 그 미소 마냥 좋기만 했을까. 사시미에 초장을 듬뿍 넣어 아~ 엄마라고 부르면서
넣어드린 쌍추쌈이 제 맛이나 나셨을까.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불효자는 웁니다!
엄마 우리 엄마, 당신 같은 팔자 안 만들라고, 나 같은 호로새끼 안 만들라고, 먼저 죽고 갈라서고 안 째질라고, 일가친척 주위 천대 안 받을라고, 아부지 일찍 죽고 어머니가 걸은 고생 값지게 할라고, 지금만 좋은 돈선풍기보다 몇 배 천배 억만배 좋은 말대만대를 봤지요.
“이 집터를 가루도 없이 만들테야”라고 하신 말씀 누구보고 했겠어요. 神의 뜻대로 하는 거라며 용재되게 하시려고 여기까지 데려오신 위대한 뜻을 -
까치밥 하나 달랑 남은 저 감나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까치밥 하나가 태초의 인연일까, 신님의 조화일까. 주렁주렁 감이 주렁, 영원히 주렁주렁, 세세손손 만만세, 세세손손 만만세!
한탄하며 한숨으로 지새우신 과거 위대한 어머니 나의 어머니께, 칠순기념으로 지바에 모셨을 때 그래도 니가 성공했다며 기뻐해 주신 당신이 고마울 뿐이랍니다.
지금, 오래 오래 살아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지금 출직하셔도 이 아들의 이름으로는 당신 곁에서 밤샘 하나 해 줄 친구조차 없답니다. 부디 건강해 지시기를 74회 생신을 병원에서 맞이한 어머님께 바쳐봅니다
立敎 165(2002)年 2月 7日 (음력 섣달 스무여셋날)
불효자가 드립니다. 아들 천리아 謹拜
* 그러하셨던 어머님은 2006년 10월 23일 향년 78세로 아버지 보다 세 곱 더 사시고 출직하셨다. 장례식 때 내 뒤엔 진주 영륭교회장 한 분만 오셨다. 그것도 영결식이 끝난 후 오셨다는 소문만 들었다. 실패한 포교에 실패한 인생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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