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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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 08:58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거울 – 자식
박혜경(진홍교회)
큰 애가 얼마 전 중학교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교복을 입고는 첫 세탁은 드라이클리닝을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세탁소에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세탁소에 맡긴 옷인데, 노랑 이름표에 검정색 교복 물이 들어서 왔습니다. 초록색이 된 이름표는 3학년 언니들과 같아서 학교가면 선도부한테 혼 날거라며 큰 애가 그걸 보더니 안 입겠다고 했습니다. 새 교복인데 일주일 입고 안 입는다는 게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태어나서 제일 비싼 옷을 입었는데 안 입는다니……. 화도 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순간 제 머릿속에 저의 어릴 적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릴 적 엄청 나게 까다로운 아이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집에 세탁기도 없는데 청자켓과 청바지를 이틀에 한 번씩 수세미로 문질러 빨아서 다리미로 다려 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제 청바지를 다림질 하시다가 바닥에 까는 천이 녹아서 제 바지에 눌러 붙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그 바지를 보고 놀라서 온 동네 세탁소를 다 돌아 다니셨습니다.
세탁소마다 다 안 된다고 하시니, 어머니께서
“우리 애가 까다로워서 이걸 보면 안 입는다고 할 거예요. 어떻게 안 될까요?”
그러자 세탁소 아저씨께서
“원래 별난 사람 옷은 그렇게 잘 됩니다.”
라고 하셨답니다.
제가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가 이 일을 말씀 해 주시는데, 하루 종일 제 옷 때문에 고생하셨을 엄마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고등학생인 제가 차마 그 옷을 안 입겠다고 못 하고 계속 입었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엄마, 제가 잘못했습니다.’하고 어머니께 잘못을 빌었습니다.
다행히 옷은 세탁소에서 이름표에 묻은 얼룩을 지워서 왔고, 큰 애는 그 옷을 지금 잘 입고 다닙니다.
저희 집은 유난히 빨래가 많습니다. 작은애는 옷에 물이 조금만 묻어도 입지 않습니다. 그래서 속옷은 하루에 2 ~ 3번까지 갈아입습니다. 어떤 날은 집에 와 보면 학교 마치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아동센터에 간 흔적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자기가 놀다가 옷을 버린다든가 음식을 먹다가 옷에 흘린 것은 그냥 입고 돌아다닙니다. 한 번씩 애를 집 밖에서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 녀석은 저 더러운 옷을 와 그냥 입고 돌아 다니노?’하고 생각을 합니다. 엄마가 옷도 안 빨아주는 사람처럼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이 때 저는 또 어릴 적 제 일을 떠올립니다. 저는 워낙 유별나서 옷에 무엇을 묻혀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옷에 얼룩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되고, 핫도그 같은 것도 제가 먹다가 다른 사람을 한 입 주면 저는 못 먹고 다 줘 버립니다. 남이 먹다가 주면 역시 못 먹습니다. 컵도 다른 사람과 같은 컵을 써 본 적도 없고,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든지 옆에서 트림을 하면 저는 아예 숨을 안 쉬어 버립니다. 그런 생각을 해 보니 저희 애들은 저만큼 까다로운 아이는 없는 것 같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직장 다닐 때 사장님이 너무나 까다롭고 별나서 힘들다고 그 전에 다니던 상사(부장님)에게 하소연을 하자, 그 부장님께서
“니가 더 별난데.”하십니다.
저도 제가 별난 줄 알았지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그리 별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다보며 반성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내 잘못을 반성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사실 말로는 하지만, 막상 아이들과 부딪힐 때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른 척 하며
“니 참 이상하다. 진짜 별나네.” 합니다. 사실 저는 더 별나면서…….
제가 어릴 적 엄마가 이랬다 하면서 아이들한테 얘기를 많이 해 줬지만, 의리 있는 우리 아이들은 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애들이 “엄마도 그랬잖아요.”하지 않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5월 달이 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다 떠오릅니다. 출직하신지 삼년이 되는 아버지가 생각이 나고, 대구에 계시는데 무슨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찾아뵙기 힘든 어머니가 생각이 나고, 늘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든든한 오빠가 생각이 나고, 가까이 살면서 늘 마음으로 몸으로 도와주고 있는 언니가 생각이 납니다. 더 늦기 전에 안부를 전하고 남은 날들을 이분들에게 감사하며 지내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가족들 또한 모자람만 있는 아내와 엄마를 불평 없이 이해해 줘서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있기에 제가 좀 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철없이 나만 생각했던 사람이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챙기기도 하고 돌봐 준다는 것이 저 혼자는 대견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큰 아이가 14살이니 엄마 나이도 14살입니다. 조금씩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쳐나간다면 언젠가는 진정한 어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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