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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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1 09:14
아무 생각 하지 않기 신님께 의지하기
박혜경(진홍교회)
지난 겨울에 작은 애 방학 숙제에 ‘수학문제집 한 권 풀어오기’라는 숙제가 있었다. 문제집을 한 권 살까 고민을 하다가 복습을 하는 차원의 숙제라 그냥 집에 있는 문제집을 가지고 공책에다 문제를 적고 아이는 그것을 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50장정도 되는 문제를 틈틈이 공책에다 적는데, 이틀 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다 적고나니 정말 빠르게 적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했다. 그 덕에 우리 애도 그게 몇 장인지 모르고 공책 한 권을 삼일 정도에 다 푼 것 같다.
“엄마, 힘들어요.” 그러는데,
“이거 몇 장 안 된다.” 하며 속여서 얼떨결에 문제집 한 권을 다 풀어냈다.
역시 엄마의 속임수란 하하하…….
나의 어릴 적을 돌이켜보니 학교 수업시간에 필기를 우리 반에서 내가 가장 빨리 한 것 같다. 글씨는 못 쓰는데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심지어 대학을 다닐 때는 수업 시간에 내가 필기한 공책을 같은 과 학생들이 모두 복사를 해서 시험공부를 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주특기인 ‘빨리 쓰기’에 대한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그러던 차에 아는 분이 몸이 좀 안 좋으시다는 연락이 왔다. 몇 년 동안 보아오며 우리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내 생각에는 서로가 ‘이 사람 참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몸이 안 좋으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분을 위해서 기원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12장 기원근행을 올리는 것이 있으니 중복되면 바쁜 날 힘들 것 같고, 또 예전에 발목을 다치고 몸도 안 좋아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에서 하루 12장 근행을 두 번 보다가 발에 굳은살이 밉게 생겨서 샌들도 못 신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발을 보며 친정엄마는 늘 마음 아파 하셔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너무 무리를 하는 것도 안 좋다는 신님의 메시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작정을 하면서 힘든 걸 억지로 하며 부족불만이 드는 것 보다는 내가 편하게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작정을 이루는데 좋지 않을까 늘 생각했기에 부끄럽지만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친필쓰기’ 작정을 해보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나의 주특기를 살릴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친필을 몇 번 적었다, 아님 몇 번 읽었다.’ 하면 부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읽기는 했어도 쓰지는 않았다. 나도 그 사람들의 십만 분의 일이라도 따라 하고 싶어졌다.
며칠 동안 시간만 나면 앉아서 친필을 쓰니 이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관절염 탓에 손가락도 좀 붓고 다리도 아프지만,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다고 가만히 앉아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있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런 기회에 아무 생각 안 하고 조용히 글을 쓰니 참 좋았다. 마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야.’ 하며 우아하게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빠름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껴본다.’라고나 할까. 아무 생각 없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 그래서 사회 사람들은 일부러 명상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신상을 통해서 신상자도 신상을 수호 받으며 커 나가지만, 그것을 보고 들으며 옆에서 같이 걱정을 해 주고 그 사람을 기원해 주는 일을 통해 내가 자란다는 생각을 하니 이런 기회를 주신 신님께 그리고 그분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남편인 진홍회장에게 하니 “아무 생각 없이 신님만 의지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도 아무 걱정 없이 신님께 의지하고 나간다면 꼭 신님의 수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그리고 걱정을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마음을 비우고 신님께 의탁하면 되는 것이다.
마디에서 마디에서 싹이 텄다. 이런 가운데서 싹이 튼다. 조그마한 싹은 간 단히 없어진다. 모두 없어진다. 말끔히 소제. 안에서 안으로 이것도 저것도 걱정할 것 없다. 1888. 3. 2
보잘것없는 조그마한 마디에서는 작은 싹이 트지만, 큰 마디에서는 굵고 튼 튼한 싹이 튼다. 1888. 3. 8
이 길에서는 “서로 돕기”라는 말이 있는데, 그분의 신상이 낫기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그분을 위해 기원을 드리고, 그 덕에 지금까지 못 해봤던 실천도 한 가지 해보고, 그 분은 또 신상 수호를 받고 이런 것이 서로 돕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길의 말씀은 참 생각하면 생각 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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