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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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8:30
인공신장실
김연수(도성포교소)
동네 병원 인공신장실에 매일 빵을 납품한다. 보통 점심 무렵에 배달한다. 인공신장실에서 몸 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이 몇 시간씩 투석을 받다 보니 지금 같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함부로 켜지 못하고 따뜻한 기온을 유지해야 한다. 요즘은 가끔 배달을 가보면 안이 무척 덥다. 빵은 긴 시간 투석 받으시는 분들의 간식이다.
며칠 전에 병원에서 요청이 왔다. 요즘 투석실이 더워서 빵을 오래 두면 부패 염려가 있으니 여름만이라도 아침에 일찍 한 번 더 나눠서 배달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럼 두 번 배달해야 한다. 집사람이 주로 배달을 하러 가는데, 거리가 멀지는 않아도 아침이 제일 바쁜 시간이라 쉽게 대답을 못 하고 ‘그 시간에는 좀 힘들 것 같다.’라고 간접적으로 거절했다. 억지로 가면 갈 수는 있는데, 일주일에 몇 번을 제일 바쁜 시간에 집사람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도 있었고, 집사람도 귀찮은 마음이 좀 있었던 모양이다.
그 날 저녁에 집에 월차제를 모시고, 마침 어머니가 오시지 않아서 내가 애들과 집사람에게 간단하게 신님말씀을 전했다.
마침 이번 수련회 주제가 ‘히노끼싱’이기도 해서 히노끼싱과 대물차물에 대해 말씀을 전했다. 그 대략은 “어버이신님에게서 빌려 받은 몸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는 방법의 하나가 히노끼싱이다. 히노끼싱은 어떤 행위가 됐건 내가 좀 고생을 하더라도 주위 사람을 도와 그 사람 마음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면 된다.” 하는 내용이었다.
별 생각 없이 그저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교리 내용을 전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다음 날 아침에 집사람이
“아침에 병원에 한 번 더 배달해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전날에는 나랑 의기투합해서 아침에 배달 안 해주기로 했는데, 갑자기 집사람이 그러니 좀 의아스러워서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내가 한 감화를 듣고 투석실 빵 배달 생각이 나서 내가 좀 수고를 해도 그 덕에 투석실 환자와 간호사가 기분 좋으면 그게 히노끼싱이 되니까 배달해주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 감흥 없이 그저 신님말씀만 전한 것뿐이었다. 나도 한 번 더 빵을 가져다 달라는데 귀찮음을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았던 것만 생각했지 그게 내가 전한 신님말씀과 그런 식으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말했던 것이다.
천리교 신앙은 단지 믿는 것만이 아니라 가르침을 실천해야 덕이 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교조님이 하신 말씀을 마음에 굳은 믿음으로 간직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니 그런 불상사가 생긴 것 같아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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