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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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18:12
달라지는 명절의 분위기
박혜경(진홍교회)
몇 해 전에 ‘팔 깁스’가 인터넷에서 판매되었다. 처음에는 ‘이걸 누가 사겠나.’ 했는데, 명절 음식을 하기 싫어 며느리들이 구매를 한다는 얘기에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그다음 명절에 매진이 되었다는 글을 보며 ‘얼마나 힘들면 며느리가 팔을 다쳐서 깁스했다며 사진을 보내고 명절에 불참하는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많은 사람이 쓰게 되니까 신빙성을 잃어 사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명절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아들은 친지들과 형제끼리 이야기를 하던지, 고스톱을 치던지, 술자리를 갖던지, 고향에 오랜만에 모인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든지 하는데, 며느리는 시어머님 눈치를 보며 제사 음식에, 술안주 만들기에 제대로 쉬어 보지도 못하고 분주하게 지낸다. 아들과 며느리의 상반된 명절 분위기이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한국 거주자들이 설날과 추석 두 명절에 스트레스와 갈등 및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나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 거주자’인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있는 이런 현상.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어야 할 명절이 누구에게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누구에게는 좋은 시간으로 다가온다. 같은 날인데도 말이다. 조금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에 ‘왜 사위는 처가에 가서 음식을 안 하는데 며느리만 하느냐?’는 말도 나오고, 아예 각자 집으로 가자는 말도 있고, 회사가 명절에도 안 쉬고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여직원들이 앞 다투어 서로 당직을 하겠다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젊은이 중에는 제사가 싫어서 기독교를 간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요즘은 추석에 제사를 안 지내고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우리나라 이혼율의 많은 부분이 명절 후에 다툼으로 일어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명절이 며느리에게 힘든 건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매스컴에서 명절의 간소화에 관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번 명절에는 ‘원래 차례상에 전을 부치지 않는다.’ 하는 말이 들렸다. 그와 함께 드디어 우리 집에서도 추석날 이런 이야기가 형님을 통해서 먼저 나왔다.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전 한 가지만 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몇 년간 우리 집 명절 제사음식 준비에 전은 회장님과 딸의 몫이었고, 아들은 있으면 시끄럽다고 놀러 내보냈는데, 이번 명절 전의 스타트인 동그랑땡을 다 굽고, 산적을 굽다가 회장님의 손에 기름이 튀어 다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시험공부 하는 딸은 지금 시집을 보내도 전은 구울 수 있게 만들었으니 됐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시키고, 아들을 데리고 심부름을 시키며 혼자서 전을 다 구워야 했다. 그래도 다음 명절에는 한 가지는 간단하게 해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또 몇 년 전부터 명절에 해외로 놀러 가는 사람 중 노트북 화면에 제사상을 띄워놓고 절을 한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봉안당에 ‘미니어처 제사상’이 등장 했다고 한다. ‘미니어처’란, 실물과 같은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모형이다. 음식점 앞의 진열대에 음식 모양을 만들어 놓은 것의 아주 작은 형태로 동전 크기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소위 애들이 말하는 ‘간소화의 끝판왕’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구매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안 하기도 그렇고 뭔가 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형식을 따라 예를 갖춘다고 하여도 정성이 없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한다. 제사 음식을 만들며 즐거워야 할 마음이 혼자서 너무 며칠 동안 제사에만 온 신경이 쓰이고 장을 보러 다니고 하다 보니 정성이라는 말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냥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마음이 편해야 정성도 더 들어가지 않을까. 오히려 조상님들의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평상시에 바쁘다는 개인적인 사정들로 얼굴 보기 힘들었을 텐데 명절만이라도 반가운 얼굴을 보고, 서로 덕담을 하며 즐거운 명절을 보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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