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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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9 09:21
마지막 선물
대야교회 박일순
비가 내릴 것 같은 회색의 봄날
수많은 사연을 안고
강습소에 오신 그대!
말로만 듣던 명약들을 가방 한 가득 내려놓고
내 약을 먹으면 복어 독이 들어
위험하다고 말 했던 그대!
수강생활 내내 누룽지 죽만 마시며
그대 얼굴도 차츰
누룽지 빛깔로 변해져 가던 그대!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선생님들의 삶의 경험이 어우러진 교리(敎理) 명 강의와
어버이신님의 사랑 듬뿍 받으실 때
깊은 인연자각과 즐거움으로 충만하시어
차츰 성진실한 마음으로
변해져 가던 그대!
마음 문이 조금씩 열릴 때마다
제목 없는 소설책을 한 구절씩
읽어 주셨던 그대!
4월의 벚꽃보라 초록의 영롱함에
서둘러 자취를 감출 때
살아갈 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나는
먼저 간 이들이
그렇게 살길 원했던 내일이
우리의 오늘이 아니겠냐며 빙긋 웃으니
그럼, 기숙사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요?
내일의 도움이 되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던 그대!
텅 빈 텃밭은
반질반질 검푸른 상치들로 가득 찼고
한 여름 내내
수강생들과 신나게 쌈 싸먹고 웃었지만
상치 심은 그대는 떡잎도 오르기 전 가시고 없더이다.
이제 쫑이 올라 흰 꽃이 피고지면
그 씨앗을 받아
내년에 그대를 생각하며
상치 씨를 심으렵니다.
고인이 되신 그대에게 감사드립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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