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통권 357호 입교188년(202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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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07:54
인생 주석만 달다간다
정류장에는 한 곳으로만 바라봤다. 계절의 풍경이 변해 가는지는 누구 하나 관심이 없는듯하다. 그래도 나이든 동백은 길섶에서 기억할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버스 창가에 바싹 다가앉아 고개를 꺾어 구름 속에서 솟는 해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얼마 전 대숲 앞 논배미를 잘라 터를 다질 때였다. 무슨 건축물이 새로 들어설까 궁금하던 공사장에는 벌써 우사(牛舍)가 지어졌다. 언덕 위 헌 우사가 헐릴 때만 해도 몰랐다. 굴착기가 길바닥만큼 흙을 파낼 때쯤 외양간은 평평한 대지로 변했다. 방문 사이로 살짝 웃든 그 집 어른의 영정사진이 왜 슬프게 보였든지! 땅값이 몇 십 배 오른 지금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해마다 냉이 꽃과 들국화가 피던 묵정밭이 논이 되었고, 논이 우사가 되고 우사가 헐리면 주택이 되었다. 주택은 또 몇 년을 못 기다리고 재개발 주석을 달았다. 바깥은 영하로 춥고 손님들은 자거나 혹은 휴대폰 창으로만 세상과 소통했다. 스쳐 지난 푸른 강물을 스티븐만 바라보았다. 버스가 도착하자 터미널 비둘기는 무슨 모이를 줍는지 연신 부리로 바닥을 쪼고 있다. 호킹 박사가 도시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옆모습을 비춰보며 사차원 허리를 곧추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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