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 통권 364호 입교188년(2025년) 12월 |
본 사이트에는 천리교회본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길 수도 있습니다. |
2025.10.29 17:57
나 이렇게 산다
전혜인(진홍교회)
고맙습니다. 진홍교회 소속 전혜인입니다. 저는 올해 2월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안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안동병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리자면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국내에 닥터헬기가 있는 8곳 중 한 곳입니다. 천 병상이 넘는 큰 종합병원이며 저는 주로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환자분들이 입원하시는 신경과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회보 제의를 받고 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저도 간호사가 안 되었으면 몰랐을 간호사의 일상에 대해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보통 병원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근무 시간은 조금씩 차이 나겠지만 안동병원을 예로 들자면 데이는 7시 30분~15시 30분, 이브닝은 15시 30분~22시 30분, 나이트는 22시 30분~7시 30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바쁜 데이의 일상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6시에 기상해서 간단히 준비해 6시 50분에 기숙사로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7시쯤 병원에 출근합니다.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병동에 꼭 필요한 물품의 개수를 세며 제대로 다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러고서 점심 약 먼저 챙기기 시작합니다.
수액은 보통 하루 종일 맞는 거여서 아침에 갈아드릴 오늘 자의 수액을 준비하고, 병원에 입원하시면 간호사분들이 큰 카트를 끌고 다니시는 걸 보실 수 있는데 그 카트에 환자분들 칸이 각자 되어있어서 주사, 항생제를 카트에 챙깁니다. 점심때마다 배에 피하주사를 맞으시는 분들, 호흡기 치료를 하시는 분들은 따로 또 약을 챙깁니다.
인수인계 종이를 보며 제가 맡은 앞방 환자분들의 상태, 주의해야 할 점을 열심히 줄을 치며 읽습니다. 보통 혼자서, 정말 운이 좋으면 두 명이 20~25명의 환자분을 맡는 것 같습니다.
욕창이나 찰과상같이 소독이 필요하신 분들은 미리 소독에 필요한 물품들의 비용을 끊어둡니다. 9시 전까지 빨리 병동 전체 환자분들의 활력징후(혈압, 열, 심박수, 호흡, 산소포화도)와 혈당이 높으신 분들은 혈당을 잽니다.
9시에 무거운 카트를 끌고 라운딩을 돌러 나갑니다. 라운딩은 수액 교체와 속도 조절, 주삿바늘 교체(3일마다 바꿔서 날짜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코로 산소 줄을 끼고 계신 분들은 증류수 채워드리기, 항생제 달아드리기, 주사 드리기의 일을 합니다. 제가 맡은 앞방을 다 돌면 간호사실로 돌아와 남은 수액들을 버리고 쓰레기통을 정리하고 조금 가벼워진 카트를 끌고 다시 나갑니다. 이번에는 10시 혈당 재시는 분들의 혈당을 재고, 이전에 달아둔 항생제의 속도를 확인하고 다 들어가면 떼 드립니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간호사실로 돌아오면 10시 30분에서 11시쯤 됩니다. 10시 혈당 재신 분 중 높으신 분들은 인슐린을 드리고, 소독 카트를 끌고 병실을 돕니다. 앞서 말씀드린 욕창, 찰과상 그리고 대상포진, 수술 부위, PICC(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혈관을 심는 겁니다. 장기간 입원해계시며 주사를 계속 맞으셔야 하는데, 혈관이 너무 안 좋으시면 여러 번 찔리셔야 하고 아프고 힘들기에 주로 혈관을 심으십니다.) 같이 소독이 필요한 분들은 요일에 맞게 소독을 해드립니다. 상처 사진을 찍어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한 분들은 사진도 남깁니다.
한 바퀴 소독을 끝내고 곧바로 점심 약을 나눠드립니다. 점심시간이라 환자분들은 열심히 식사를 하고 계시고, 저희는 마저 해야 할 일들을 합니다. 점심시간에 꼭 한 번씩은 환자분들께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밥은 드셨어요?" 그럼 저는 씨익 웃어 보이거나 가끔은 "일이 많아서 못 먹었어요ㅠㅠㅠ"라고 답합니다. 큰일이 없고, 여유로울 때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보통 그런 날이 잘 없어 밥은 못 먹습니다. (이때까지 한 달에 5번 밥 먹은 게 최대인 것 같네요.) 콜벨이 울릴 때도 있고, 앞서 전산에 입력 못 한 내용들을 입력하고, 이리저리 할 일을 쳐내다 보면 금방 1시 40분이 됩니다. 다시 카트를 끌고 나갑니다.
2시 라운딩 때는 드시는 음식의 양과 소변, 대변의 양을 확인해야 하는 분들을 중점적으로 봅니다. 소변은 종이컵으로 몇 번 누셨는지, 대변은 달걀 몇 알 정도 보셨는지 여쭤봐 양을 가늠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담당인 앞방 전체 환자분들의 수액 속도를 확인하고, 주사 맞고 있는 부위가 붓지 않는지 확인하고, 코로 산소 줄을 끼고 계신 분들은 증류수를 채워드리고, 자리에 계속 안 계신 분들은 전화를 드려 위치를 확인하곤 합니다. 한 바퀴 돌고 전산에 입력해야 하는 내용을 입력합니다. 그러고 나서 3시 활력징후와 혈당을 재고 혈당이 높으신 분들은 인슐린을 놔드립니다. 이렇게가 데이의 큰 업무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써둔 업무는 기본이고 중간중간 콜벨이 울리면 울린 병실 또는 간호사실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검사나 시술 내려가셔야 하면 이동 침대나 휠체어를 준비하고, 혼자 내려가실 수 없는 분들은 이송팀에 전화하여 이송 도와주시는 선생님을 부르기도 합니다. 새로운 환자가 올라오시면 어떻게 입원하시게 되었는지, 평소 지병이 있으신지, 드시고 있는 약이 있으신지 여쭤보는 과정과 입원에 필요한 서류 사인을 받습니다. 채혈이 필요한 경우에는 채혈을 해서 기송관으로 검체를 내리고, 수혈해야 할 때는 굵은 바늘을 꽂고 생리식염수를 넣었을 때 붓지 않는지, 열은 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수혈을 타옵니다.
퇴근하고 그날 처음으로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습니다. 처음 일할 때는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면서 일하는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환경에 꽤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는 곧바로 샤워하고 저녁 먹고 좀 쉬다 보면 눈이 감겨서 저도 모르게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일기 쓰고 씻고 일하면서 헷갈리거나 잘 몰랐던 부분들을 찾아보고 그러면 잘 시간이 됩니다. 하루의 마무리는 꼭 근행과 유달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아니, 글로 봤을 땐 힘들어 보이는데 그럼 왜 간호사 하지?'라는 원초적인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내 몸은 한 개인데 여기저기서 나를 필요로 하는 경우 또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일을 쳐낼 자신조차 없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럴 때 버틸 수 있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병동 간호사로 일하며 환자, 보호자분들과 소통하며 안 좋은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게 느껴져 그분들로 하여금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눈이 반달처럼 항상 웃고 계셔서 좋다는 간병사 여사님, 가끔 주머니에 슬쩍 간식을 넣어주시는 보호자분들, 다른 간호사 선생님들보다 저를 더 믿어주시고 마음을 열어주시는 환자분들을 보며 기운을 내곤 합니다. 주삿바늘 교체할 때면 한 번에 잘 놓아준다고 저만 찾는 환자분이 있으셨는데 그럴 때 정말로 뿌듯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두 번째로는 가족입니다. 거의 주 6일 일하기에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3일 연달아 내서 그때 본가를 다녀오곤 합니다. 본가랑 거리가 가까웠으면 좋았을 텐데 하루에 두 대밖에 없는 버스, 이동시간은 2시간 30분 걸리니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한 달 근무표가 나오면 본가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딜 놀러 가지 않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마음이 너무 잘 맞는 부모님과 동생이랑 하루종일 떠드는 게 아직은 제일 신납니다. 이 두 가지와 좋은 동기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다음 목표는 TLI입니다. 그렇기에 안동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3년을 생각하고 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꼭 TLI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대학교 때는 실습 일정과 자격증 등등의 이유로 시간이 나지 않았고, 그러면 일하다가 중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안동병원을 알게 되었고 장학제도가 있어 3년 계약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 병원이 신님의 계시이신 걸까 싶어 어떻게든 3년은 꼭 버텨서 터전으로 가야겠다 다짐했고 입사 초부터 지금까지도 3년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한 첫 인사말 "감사합니다"가 안동병원의 인사법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감사'인 만큼 취업 준비 과정에서 이 병원은 정말 신님의 계시인 것 같다는 착각 아닌 착각이 들곤 했습니다.
‘나 이렇게 산다’의 취지에 맞게 정말 하루 일과에 대해 적어보았는데 내용이 상상되실지 모르겠네요. 저도, 부모님도 간호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가 제가 간호학과 들어가고, 간호사가 되며 관심이 생기시고 그러면서 ‘아, 이렇게 많은 일을 하구나’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서는 부디 병원에 가실 일이 없길 바라며,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혹시 간호사를 보게 된다면 ‘수고하십니다’ 이 한 말씀만 해주셔도 정말 힘이 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번호 | 제목 | 날짜 |
|---|---|---|
| 20 | [188년12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10]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11.26 |
| 19 | [188년12월][나 이렇게 산다 010] 이진우 | 2025.11.26 |
| 18 | [188년11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9]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10.29 |
| » | [188년11월][나 이렇게 산다 009] 전혜인 | 2025.10.29 |
| 16 | [188년10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8]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9.26 |
| 15 | [188년10월][나 이렇게 산다 008] 정지성 | 2025.09.26 |
| 14 | [188년09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7]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8.30 |
| 13 | [188년09월][나 이렇게 산다 007] 전기진, 임승훈 | 2025.08.30 |
| 12 | [188년08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6]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7.25 |
| 11 | [188년08월][나 이렇게 산다 006] 박상현 | 2025.07.25 |
| 10 | [188년07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5]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6.27 |
| 9 | [188년07월][나 이렇게 산다 005] 김동명 | 2025.06.27 |
| 8 | [188년06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4]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6.04 |
| 7 | [188년06월][나 이렇게 산다 004] 강태연 | 2025.06.04 |
| 6 | [188년05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3]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4.27 |
| 5 | [188년05월][나 이렇게 산다 003] 고적대 실기연수회 소감 | 2025.04.27 |
| 4 | [188년04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2]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3.27 |
| 3 | [188년04월][나 이렇게 산다 002] 대학생 터전 귀참 소감 | 2025.03.27 |
| 2 | [188년03월][아침의 신앙 입문서 001] 나카야마 요시즈미 저 | 2025.02.25 |
| 1 | [188년03월][나 이렇게 산다 001] 터전 생활 - 이승훈 | 2025.02.25 |